오늘의 약속장소는 안양유원지 근처의 문스테이크.
날씨가 꾸물거리는 것이 오늘 눈온다고 했다. 12시 약속이니까 눈 맞기 전에 돌아올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운전하면서 생각을 해보니..
우리의 인연은 12년정도 된 듯 하다. 업무상 가까워지기 힘든 구조인데 도통 내가 이 분과 어떻게 가까워졌을까가 생각나지 않았다. 언니는 나보다 7살이 많다. 우리는 함께한 날이 꽤 많았다. 나와 다른, 때로는 비슷한 언니를 많이 의지했고 따랐다. 그때 나는 직장에서도 신입이었고 나이도 어려서 언니의 생각이나 행동들이 마냥 신기해만 했던 것 같다. 직장을 옮기고 나서도 언제건 언니의 호출엔 제깍! 였고.. 그때까지 일탈(?) 없는 내 인생에 신기한 경험을 언니덕분에 많이 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언니 덕분에 산도 다니고 등산 장비도 구입했고 지리산도 여러번 가서 지리산 반달곰 지킴이 아저씨들과의 만남도 있었고.. 남산도 자주 가던 곳이었고, 태국, 캄보디아, 삼청동 옛길, 동네 공원 산책, 출퇴근 동무,
목적지도 듣지 않고 퇴근길에 픽업해서 무작정 강원도로 따라가 귀농학교 졸업생들과 함께 만날 수 있었던 날,
언니 덕에 발도르프를 만났다..
난 기억력이 부족한 사람인데 언니가 지나가듯 던진 말들은 꽤 많이 기억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런 언니가 늦게(그러나 지금의 나보다 이른 나이었더군...)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고 잠시 지방에 머물렀고 다시 돌아왔고 오늘.. 만났다.
문스테이크는 드라마 파스타를 촬영한 장소였던 모양이다.
12시 10분경 만난 우리는 여기서 5시까지 그간의 이야기들과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쩜 옛날일을 그렇게 기억해내는지..
나만큼 언니도 그 옛날 직장만큼 좋은 사람들을 만나기가 힘들더라고 했다.
시간이 이만큼 흘러도, 이제는 내가 그때의 언니 나이를 훌쩍 넘겨버렸지만 역시나 오늘도 나는 언니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역시 오늘도 언니는 나에게 온통 주기만 하고 나는 받기만 한다.
잘 할 수 있을거라고, 더 예뻐져서 돌아오라는 과제를 남기곤 꼭 껴안아주었다.
그렇게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
눈이...
눈이.......
어제 손세차 하러 갔다...
3만원으로 하겠다 하는 나에게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하길래 4만원으로 결정하였는데...
오늘 눈이 온돠~~~
에잇, 내가 세차하면 꼭 눈이 오고 비가 오더라....
오늘도 느꼈다.
다 괜찮아. 나에게는 너무 좋은 사람들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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