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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5.06 내일이 두렵지 않은 삶
2019. 5. 6. 17:01

오늘로 7일간의 짧은 휴가가 끝이 난다.

휴가가 시작되기 하루 전. 정말 설레어서 무엇이든 용서가 되었다.

오랜만에 설레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행복'이란 제목을 붙일 수는 없었다.

그게 왜 이렇게 아깝냐..

왠지 행복은 조금 더 멀리 있는 것 같은..

좋긴 한데 아직 이것가지고 행복이라고 할 수는 없겠다는..

일주일은 정말이지 눈 깜짝 할새에 끝날것임을, 나는 분명히 '몇 시간 뒤면 출근해야한다..'면서 눈 벌게진 채로 잠못 이루고 있을거란 것을 알고 있으므로.

그리고 뭔가에 집중해야하는 아이들이 몰입하고 있는 것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또 내가 말을 걸고야 말았다.

"너희는 언제 행복하다고 느끼니?"

 

답변이 쉬지 않고 돌아왔다. 그리고 나를 황당케 한다. 참고로 이 아이들은 올해 13살이다.

- 폰 게임 한 시간 연장해줄때요.

- 엄마가 내가 먹고 싶은 거 해 줄때요.

- 롯데월드 갈때요.

- 폰 사용 시간 해제해 줄때요.

...

 

결론은 폰만 쥐어주면 되나보다.

"진짜 그게 행복해? 정말이야? 재밌는거지 그게 행복이야? 나 진짜 진지하게 묻는거야."

 

갑자기 하던거 모두 멈추고 나를 쳐다보더니 생각을 한다.(하는 척 한다.)

-네, 다시 생각해봐도 맘 편히 게임하면 행복해요.

 

충격같은 거 없고 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요즘 애들 변했다지만 아이들이 순수하긴 하구나.

좋은 거 쥐고도 더 좋은게 있을 것만 같아 행복하단 표현 아끼고 있는 나에 비해 참 아이들의 행복 조건은 소박하기도 하지. 그래서 이 아이들은 잘 웃나보다. 에고..

 

역시나 걱정하던 연휴 마지막 날은 다가왔고.

내가 뭘 걱정하나 했더니, 내일이 두렵지 않은 삶이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어서 그런가..

어쩜 나는 이렇게 매일 내일이 두렵고 무섭냐.

혹시 부담스러운걸 두렵다고 착각하는거 아닐까? 자문해보았는데, 역시 두렵다.

왜냐하면 내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뛰거든. 호흡도 얕아지고.

어떻게 이렇게 20년을 살았을까...

그 힘들다는 고3을 포함해서 학창시절 나는 내일 학교갈 생각을 하면서 두려움에 가슴위 뛰어나 두통이 오거나 호흡이 변하지는 않았다.

어떤 직업을 가졌든 다가오는 내일이 두렵지 않은 사람이 부러울 뿐.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올해 새로 시작한 공부 덕분에 저녁이 되면 나는 수강생 모드로 변한다.

숙제가 많고 하루 4시간, 주 3일을 꼼짝없이 앉아서 방대한 내용을 들어야 하지만 적어도 수강생 모드일 때는 두려움이 없다.

저 앞에 서 있는 교수님들과 비교하며 상대적으로 나의 위치가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든다.

 

연휴동안 아직 세돌이 지나지 않은 사랑스런 조카와 하루를 보냈다.

우리 조카는 거의 하루 종일 웃고 있고 신기해하고 있다. 나랑 똑같이 보내는 시간과 상황 속에서 조카는 무척 행복해보인다.

결국 문제는 나인가..

 

연휴 시작 첫날, 빵사러 동네 빵집에 갔다가 나도 모르게 직원에게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크게 인사를 해버렸다.

직원도 나도 깜짝 놀랐는데, 암튼 직원이 다음 손님이 있는데도 옆으로 나와 배웅을 해 주었다.

연휴 마지막 날인 오늘 내가 빵집에 다녀오면 직원에게 어떤 기운을 풍기려나.... ㅋㅋ

 

암튼, 오늘 마지막이라고...

내일부터는 얄짤없이 매일 출근해야 한다고...

두려움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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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lle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