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해당되는 글 32건

  1. 2020.05.05 용서한다는 것.
  2. 2020.04.24 2016년 여름
  3. 2020.03.24 몸과 마음 사이 (이광용)
2020. 5. 5. 23:04

 

 

 

어린이날 공휴일을 앞두고 기분 좋게 퇴근한 월요일 저녁.

알람도 울리지 않았는데 카톡에 읽지 않은 메세지가 3개 있다고 빨간 숫자 3이 켜있었다.

복직했구나...

스멀스멀 올라오는 분노인지 두려움인지 모르는 미식미식한 기분나쁜 울렁거림을 다독였다. '별 일 아니다. 미성숙한 감정일 뿐이다. 내가 다스릴 수 있다. 심각하게 생각하려 해서 나타나는 증세일 뿐이다. 그냥 문자일 뿐이다. 읽을 지 안 읽을 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이럼서.

그날 이후 그를 차단할 수도 없었고, 알람이 울리지 않도록 설정해 둔 것도 1차원 적으로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복직을 했구나...

 

나는 복직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는 훨씬 이전부터 복직을 준비했다고 전해들었다.

 

지난 금요일. 다시 공황이 찾아왔다. 아무것도 모르는 새 직장의 멤버들이 기분 좋게 물어온 나의 지난 해 일을 생각해 내지 않으려고 나 혼자 끙끙대며 안간힘을 썼던 모양이다. 빙빙 둘러가며 다른 이야기로 넘겼는데도 꽤나 애를 썼던 모양인지 구토가 올라왔고 숨이 가빠왔고 온 몸이 진땀을 빼더니 축 쳐져 버렸다. 가까스로 집에 와서는 주말 내내 숙제도 못하고 뻗어 있었는데...

 

힘을 내서 출근했더니만 그에게 연락이 와버렸다.

주말에 이미 부모님을 놀라게 한 터라, 짐짓 아무일 없었던 듯 혼자 마음을 다독이고 있었지만... 어느 새 보니 나는 지난 번 도움을 받은 형사님 번호를 검색하고 있었고, 구석에 박아 둔 먹다 남은 약 봉지를 살펴보고 있었다. 이 톡을 읽어야 하나.. 그대로 두어야 하나.. 계속 안 읽으면 직장 메신저로 연락이 오면 어쩌나...

 

지난 직장 지인들과 연락을 했다. 하나같이 놀라며 나에게까지 연락할 줄은 몰랐다 한다. 안그래도 복직했다면서 돌아다니며 인사하는 모습을 보고 다들 신경이 쓰였다 했다. 그는 어떤 마음일까? 그를 맞이하고 함께 일을 하게 될 지난 직장 동료들은 어떤 마음일까? 나는 어떤 마음이어야 정상인가?

 

이틀을 참다가 조금 전에 메세지를 확인했다. 나는 지금 어떤 감정이어야 정상인에 가까운지 도저히 모르겠다. 그는 오랜만에 반가운 이에게 연락하듯 조잘조잘 자기 이야기를 장문의 글로 남겼고, 희망찬 내일을 이야기 하고 있었고, 나와 나누었던 아름다운 기억을 추억하는 아름다운 단어와 문장으로 글을 완성했다.

 

글 안에 담긴 감정이나 의도를 파악하는 것 보다 내 관심을 끈 것은 그의 글빨이었다.

원래 이렇게 글을 잘 쓰는 사람이었나...

그렇게 어마어마한 일을 저질러 놓고도 당사자인 나에게 아무렇지 않게 글을 남기며 또 다른 내일을 이야기 할 수 있을 정도로 이렇게 냉철하며 통찰력 있는 사람이었나...

나는 왜 이 사람을 마냥 어리고 약한 존재로 규정하고 그리 애정을 쏟아 도움을 퍼부었을까..

여전히 어쩔 줄 모르고 있는 나보다도 혼자서도 이렇게 큰 일을 대차게 해내는 사람에게..

더욱 가관인 것은 그가 말미에 여린 나를 지칭하며 내 안위를 걱정하고 염려하던 대목이었다. '여리고 감수성이 풍부한 부장님이 염려된다'고 했던가.......

여리고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으로 규정지어졌으니 욕을 퍼붓지도 못하겠고 화를 내지도 못하겠고,

나는 여리게 구석에 쳐박혀서 징징 울고 있어야 그의 글에 어울리는 완성작이 되려나.

...................................................................

나는 미친X, 돌아이, 병X, dfjd83r!@#$#%s!@#$%!@#!$%^ 기타 등등이었다.....

아무튼, 어쨌든, 아직이든, 여전하든, 누가 뭐라하든, 나는 이해하기 어렵고 용서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당한 그와 달리 움츠러드는 나의 행동을 애써 정당화 해 보자면,

나와 그가 삶의 지표로 삼는 '품격의 기준'이 달라서라고 할 수 밖에...

 

오늘도 삶은 고단하다.

삶은 여전히 고단하다.

고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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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llever
2020. 4. 24. 00:39

충분히
행복 진행중.
잊지말기.

적당히 머리쓰고
살짝 피곤할만큼 몸을 움직이고
건강한 음식 적당히 먹고
소화할 수 있을만큼만 배우고
상처받지 않을만큼 마음쓰고
지나치지 않게 취미 생활하고
아주 약간 칭얼댈 강도의 규칙적인 목표를 달성하고
1일 6시간 수면을 유지하고
주 5일간 1일 4시간 수업하고
아직도 새로운 로컬 골목 탐방하고
다음주부터 속속들이 방문 예정인 두 팀의 지인들 기다리기.
나의 여름 일상.

 

2016.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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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llever
2020. 3. 24. 00:24

몸과 마음사이

 

                               이광용

몸이 아프면

마음은 몸이 떼쓴다고 귀찮아 하는데

마음이 아프면

몸이 위로한다고 같이 아파한다.

마음이 아픈데 몸까지 아프다고

원망도 하고 비난도 해보지만

어디 제 몸을 탓하랴

아무리 못생기고 보잘것없어도

마음을 제일 먼저 느끼고 알아주는 건

제 몸이거늘

그저 마음의 눈치 보며

마음 가는대로 따르겠다고

자신을 내맡기는 몸더러

마음을 따라오지 않는다고

어찌 천하다 구박하며

마구 부려먹었을까

 

마음이 아프고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몸

저 몸이 내 몸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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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lle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