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언니한테 부러운 게 한 가지 있는데 취향이 확고하다는 거야. 나는 특별히 좋은 것도 싫은 것도 없어서 뭐든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데 언니는 의견이건 음식이건 패션이건 아무튼 좋고 싫은 게 분명히 있잖아. 그래서 언니한테는 선물하기도 좀 편해. 물건이나 음악이나 날씨를 만나도 갑자기 언니가 떠오를 때가 있어."
S가 내 기억에만 두 번 같은 말을 했다.
분명히 첫 문장 시작은 "언니한테 부러운 거~~" 이렇게 시작했지만, 듣다보니 나의 단점을 지적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첫번 째로 든 생각은 내가 취향이 있나? 나는 다방면에 좀 무식한 편에 속해서 뭘 좋아한다거나 그게 내 취향이라는 말을 대화에 넣을 수 없는 부류의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고...
두번 째로 든 생각은 일단 사람들은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하는 사람이 성격 좋은 사람이라고 하지 않나? 흠..흠..
세번 째는 아무튼 나는 그런 사람들이 좋더라고.
네번 째는, 그러니까 나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내 의견을 좀 강하게 말해왔구나.. 하는 반성을 잠시 했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나는 이러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숨만 쉬다 온 지난 정읍 여행 이후 에이스에 빠짐.
그냥 에이스 아니고 맥심커피에 살짝 담근 에이스에 빠짐.
매일 한 봉지씩 해치움.
귀차니즘 속에도 박스에 마지막 봉지가 남았을 즈음 주섬주섬 챙겨입고 마트까지 걸어갔다 옴.
특별히 K가 폴란드 여행에서 선물로 챙겨 준 예쁜 잔에 맥심과 에이스 기념촬영.
나이는 먹어가는구만 또 하나의 취향이 늘어버림.
칼로리도 높고 불면증은 4달째 지속중이구만 어쩔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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