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해당되는 글 32건

  1. 2020.01.12 취향
  2. 2020.01.12 받지 말았어야 할 전화
  3. 2019.05.08 다수의 횡포
2020. 1. 12. 01:29

"내가 언니한테 부러운 게 한 가지 있는데 취향이 확고하다는 거야. 나는 특별히 좋은 것도 싫은 것도 없어서 뭐든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데 언니는 의견이건 음식이건 패션이건 아무튼 좋고 싫은 게 분명히 있잖아. 그래서 언니한테는 선물하기도 좀 편해. 물건이나 음악이나 날씨를 만나도 갑자기 언니가 떠오를 때가 있어." 

S가 내 기억에만 두 번 같은 말을 했다.

분명히 첫 문장 시작은 "언니한테 부러운 거~~" 이렇게 시작했지만, 듣다보니 나의 단점을 지적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첫번 째로 든 생각은 내가 취향이 있나? 나는 다방면에 좀 무식한 편에 속해서 뭘 좋아한다거나 그게 내 취향이라는 말을 대화에 넣을 수 없는 부류의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고...

두번 째로 든 생각은 일단 사람들은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하는 사람이 성격 좋은 사람이라고 하지 않나? 흠..흠..

세번 째는 아무튼 나는 그런 사람들이 좋더라고.

네번 째는, 그러니까 나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내 의견을 좀 강하게 말해왔구나.. 하는 반성을 잠시 했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나는 이러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숨만 쉬다 온 지난 정읍 여행 이후 에이스에 빠짐.

그냥 에이스 아니고 맥심커피에 살짝 담근 에이스에 빠짐.

매일 한 봉지씩 해치움.

귀차니즘 속에도 박스에 마지막 봉지가 남았을 즈음 주섬주섬 챙겨입고 마트까지 걸어갔다 옴.

특별히 K가 폴란드 여행에서 선물로 챙겨 준 예쁜 잔에 맥심과 에이스 기념촬영.

나이는 먹어가는구만 또 하나의 취향이 늘어버림.

칼로리도 높고 불면증은 4달째 지속중이구만 어쩔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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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llever
2020. 1. 12. 00:57

단어가 참 재미있다. 때와 장소에 따라 같은 단어가 풍기는 향기가 이렇게 다를 수 있다니.

집요함, 꼼꼼함. 철두철미. 이런 단어는 보편적으로 사람을 묘사할 때 마냥 좋은 표현은 아니지않나. 나는 얼마 전 까지만 하더라도 이 단어가 경우에 따라서는 칭찬이 되기도 하는 그런 직업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겠지만, 아무튼 그런 말을 듣고도 기분이 나쁘거나 '저 사람이 지금 나를 폄훼하는구나.'하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에는 '과한 집착' 그러니까 지나치면 '망상'이라는 무시무시한 말로 전이되어 가슴에 콕 박히는 경험을 몇 번 하고난 뒤로는.. 되도록 조심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지 않으려면 나름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고 실제로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 역시 저도 모르게 선을 넘지 않으려고 조절하면서 살아가고 있을 거라 생각된다.

 

그러던 중 나는 어제 받지 말았어야 할 전화를 나도 모르게 받아(실수로 터치해)버렸다. 이놈의 우주최강 스마트 폰 기술력. 뉴스 기사를 읽고있다가 잘못 터치 되어 전화를 받아버린 것이다... 화면이 통화 상태로 변하고 통화 시간이 카운트 되는 동시에 나는 얼어버렸고, 수화기가 무릎에 놓인 채로, '이걸 끊어버려? 짧게 통화하고 끊어? 피치못할 상황이라고 대충 얼버무리고 종결해버려?' 몇 가지 옵션 중 고민 및 갈등하는 사이에 가느다랗게 저쪽 음성이 들려왔다. "어머, 연결 안 될 줄 알았는데 받으셨네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어쩔 수 없었고, 연기를 했고, 지나치게 친절모드로 갔고, 심지어 상대방을 걱정 위로 격려 축하까지 해 주고 나자 이제는 찾아오겠다고 날짜를 잡기 시작. 내 가슴과 머릿속에서 등장하는 단어들과는 태생부터 전혀 반대쪽의 낯선 단어들이 입에서 나오고 있었고, 겨우 용기내서 만남의 약속만 완곡하게 거절하고 통화를 마쳤다. 사실 따지고 보면 저쪽 잘못이 뭐가 있겠나. 정작 속마음을 내색하지 않은 내가 의뭉스러운지도. 상대방은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을 모르니까 다행이라 여기는 수 밖에. 게다가 나는 더 나아가 격려 및 칭찬까지 해댔으니 뭘 더 바래. 오히려 내가 저쪽을 나쁜 사람으로 몰아간 것일수도.

 

이것으로 끝났어야 했는데 말은 못하고 속을 끓이다 보니 생각이 집착으로 집착이 망상으로 넘어가다 말다 왔다 갔다 하다가 날이 밝고 오전에 하기로 한 것으로 못했고 허리 통증으로 괴로워할 때쯤 자리에서 겨우 일어났다. 아무래도 가는게 낫겠다싶어, 방문허락을 구하기 위해 한 달이 넘도록 가지 않던 그곳에 내가 스스로 전화를 했는데 불행보단 다행인지.. 전화 연결이 마침 안되었고, 그 핑계로 또 주저 앉았다. 생각을 끊어내야 한다. 괜히 전화를 받아 가지고.....

 

그런데 기사에서 문장이 눈에 띄인다. 본래 전하고픈 맥락은 건너뛰고 내가 듣고 싶은말만 읽어내는 이 집요함을 보라.

'이 시점에서 필요한것은 작별의 기술'이라니!

 

댓글역시 본의와 상관없이 내버전으로

읽어냄.

가치가 없는데 열을 낼 필요가 없다. 등뒤에 칼 꽂는 자가 세상에 많군. 끝까지 존중해 준 것은 멍청해서가 아니라 품격이 달랐기 때문인 것으로 마무리해버리자.

 

하필 오늘 읽어서 다행인 기사&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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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llever
2019. 5. 8. 00:01

오늘 직장에서 전체 회의를 한다고 한달여만에 전 직원이 큰 회의실에 모였다.
어떤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토의해 보자고 모였는데 갑님은 크게 3가지 대안을 들고 오셨고 맘껏 의견을 내보라고 하셨으나 사실 갑님께서는 정답을 가지고 있었다.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알아챌 수 있게 부연 설명도 하셨다.

이것도 충분히 문제였는데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다.

마음껏 의견을 내라고 했는데, 역시나 목소리 큰 직원 3명 정도만 의견을 냈다.

사람들이 의견을 낼 수 없었던 것은, 갑님이 원하는 방안대로 하자면 누군가가 반드시 피해를 보아야 하는데 아무도 대상자가 되고 싶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갑갑했던 것은 의견을 내는 사람들이 공공연히 그 대상에서 자동 열외자인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음.. 게다가 열외자의 인원이 훨씬 많다.

그런데 양상이 우습게 돌아가기 시작.

결정나면 그 판에 처해질 운명의 소수의 사람들은 좋은 말을 에둘러가며 그 방안이 적절치 않음을 설명했고, 다수의 열외자들은 그 방안이 최적의 방안이니 다수결로 결정하자고 했다.

오늘 참석하지 못한 부서도 있으니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생각해보자는 의견은 무시되었고 서로 바쁘니 모인김에 지금 이 자리에서 손을 들어 거수로 결정하자는 큰 목소리가 나왔다.


그리고 결과는 뻔했다.

소수의 미래 해당자들은 전원 반대했으나, 누구나 피하고 싶은 그 일에 자동 열외자인 다수의 사람들이 찬성하여 10표 차이로 결정이 난 듯 했다.

이거.. 폭력 아닌가?
회의는 4시에 시작해서 30분만에 끝났는데, 저녁 내내 어려운 철학 강의를 듣는 중에도 자꾸 회의 시간이 떠오른다.

중간에 몇번이나 의견을 내려고 했었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다. 나는 올해 사정상 약간 변방에 떨어져 있는 위치가 되기도 했고, 나도 열외자에 포함되기 때문에 내가 이래라 저래라 말하기가 미안했다.

기피업무라면, 그리고 그 업무를 할 대상자가 정해져 있다면, 그리고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면 적어도 해당자의 의견을 좀 더 세심히 귀기울여야 하는게 아닌가 말이다.

그게 뭐 그리 급하다고 이게 다수결로 해결해버릴 일인가 말이다. 자꾸만 뒤에 있던 그 직원들의 표정이 떠오른다.

목소리 크신 그 분은 한 술 더 떠서 안되는 이유를 대보시라고 몰아붙였다.

이거 정말 부당하단 생각이 든다. 한시간을 운전해 오면서도 계속 생각이 든다.
오늘 회의는 아무래도 정당하지 못했다.
그리고 나도 너무나 비겁했다.
생각해보자..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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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llever